김흥국 삭발하고 울먹여 “마녀사냥 당했다”
“이우용 라디오 본부장의 편협한 정치적 견해에 따른 물갈이”
정몽준 한나라 전 대표 “저 때문에 김흥국씨가 피해를 봐서…”
“나는 마녀사냥 당했다.”
가수 김흥국씨가 17일 정오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본사 앞에서 삭발했다. 자신의 방송 퇴출에 대한 김씨의 항의성 삭발이 연예인의 정치활동과 사회적 발언을 금기시하는 우리나라 방송 풍토를 바꾸는 계기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연예인의 정치 성향을 문제삼아 퇴출을 시킨 것은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 등 주로 진보적 성향의 연예인들에 국한됐지만, 이번에 김씨가 퇴출되면서 연예인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적 견해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김씨는 이날 라디오 <2시만세> 진행자 퇴출에 항의하며 낸 보도자료에서 “하차 사태의 본질은 이우용 라디오 본부장의 편협한 개인적 정치 견해에 따른 물갈이”라며 “방송에서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등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이날 삭발을 한 뒤 울먹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이렇게 삭발을 하는 이유는 더 이상 다른 연예인들이 이와 같은 이유로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해서다”라고 말했다.
삭발 현장에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미국에선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방송 프로그램 사회자가 오바마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또 “저 때문에 김흥국씨가 피해를 봐서 마음이 편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지지유세에 대해서는 “성인으로서의 사회 활동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서울 동작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재정 후보 지지유세를 벌였다. 동작구는 정몽준 전 대표의 지역구다. 지난 4·27 재보선 당시에도 정몽준 전 대표와 함께 분당을 선거구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 지지 유세를 했다.
인터넷상에서는 김흥국씨의 프로그램 퇴출을 두고 후진적인 정치·방송 풍토의 희생양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신경민 문화방송 논설위원은 16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연예인의 사회참여 활동에 대한 징계성 인사조치에 쓴소리를 남겼다. 신 논설위원은 “누가 봐도 김미화 아웃의 유탄”이라라며 “오바마가 매케인 지지한 연예인에게 해코지했나요? 매케인이 당선됐다면 오바마 지지자인 오프라 윈프리를 자를까요? 만약 해코지한다면 대통령직 유지할 수 있을까요? 우리 정치, 우리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도 17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김미화 김제동에 이어 김흥국의 출연정지는 우리가 아직도 후진국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방송인도 자연인으로서 정치적 견해와 선호가 있을 수 있다. 방송중이면 몰라도 방송 외의 활동으로 제재를 하는 건 심각한 권리침해다”고 주장했다.
문화방송은 지난 3월부터 김미화, 김종배, 김흥국 등 라디오 진행자 교체 논란을 수개월째 이어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번 김흥국씨 삭발을 계기로 모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의 ‘리더십’은 더욱 수세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김흥국씨가 이날 삭발 뒤 나눠 준 보도자료 전문이다.
MBC를 사랑하는 청취자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지난 6월 4일 MBC문화방송 측의 일방적 퇴출 통보 후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숙고한 결과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연예인 진행자 퇴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6월 13일부터 오늘까지 5일간 국민여러분들과 MBC를 사랑하는 팬여러분들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1인 시위를 하고 오늘 삭발식으로 정리를 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제가 1인 시위를 한 이유는 MBC프로그램 복직이라는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이 땅에 다시는 정치적 논리로 희생당하는 대중예술인이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에 1인 시위를 한 것입니다.
MBC는 지금 까지 저에게 ‘호랑나비’를 히트시켜주고 무명시절인 1989년 MBC라디오가 ‘호랑나비’로 절 키워주고 10대가수를 만들어준 친정같이 고마운 것입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진행자로써 MBC팬 여러분의 사랑을 받기 위해 각별하게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정몽준 전 축구협회장을 돕기 위해 라디오를 잠시 떠난 것이 늘 마음 아프게 생각했었습니다.
그 후 10여년만에 친정집으로 다시 돌아와 ‘2시만세’를 진행하면서 정말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방송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제 친정집을 떠나는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를 아끼고 사랑하는 청취자여러분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오늘 삭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진행한 프로그램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도 아니고 예능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방송에서 하차하다 보니까 그동안 잠도 못이루고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웠습니다.
이제 방송을 어떻게 해야할 지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사람의 가수로서 떳떳하게 살아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인해 제 아내와 자식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입니다.
아내에게 혼도 많이 나고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가정이 파탄지경에 와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동안 저는 순수하게 방송을 해왔습니다. 어떠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어느 특정 정당을 위해 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등 방송을 이용한 사실 또한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정몽준 회장님과 저의 친분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친형제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는 가까운 사이임은 대한민국 천하가 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MBC 측의 일방적 퇴출 통보 후 발표를 통해 ‘제 일신상의 이유로 하차했다’라는 말을 듣고 전 너무나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저에게는 생계가 달려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왜? 그만 두겠습니까.
진정으로 억울합니다. 전 하루 빨리 방송을 하고 싶습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연예인들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시민으로서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권리를 제약받은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들이 생존권과 개인적 인권이 불합리적으로 침해 받지 않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대중예술인의 삶을 천직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 저희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저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인으로서 살아왔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올바른 사회를 향해 행동하는 공인의 자세로 열심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MBC라디오를 정말 사랑합니다. PD, 작가, MC동료 선·후배들과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다시한번 저를 키워주고 방송인으로 만들어준 MBC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청취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끝으로 제가 정말로 존경하고 친 형님같은 정몽준 회장님께서 큰일을 하시는데 저 때문에 누가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동안 짧은 시간동안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제게 많은 충고를 해주신 분도 계시고, 따뜻한 용기를 주신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신 국민여러분, 팬여러분 동료연예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정말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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