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된 '시프트(장기전세주택)'… 집주인 SH공사는 빚더미
'반포' 59㎡ 전세금 5억5000만원… 장기전세주택은 2억2300만원 '반값'
"전세금 고공행진에 시프트 거주자들 큰 혜택"… 대형은 억대연봉자도 가능
SH공사, 지을수록 적자 보증금도 큰폭 인상 힘들어… "저소득층 위한 주택 늘려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아파트단지인 '월드컵 아이파크 1차'. 이곳 84㎡(25.4평·이하 전용면적 기준)형 아파트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SHift)에 사는 세입자들은 오는 5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보증금은 2년 전 계약 당시 보증금인 1억2800만원에서 600여만원이 인상됐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일반 아파트에 2009년 2월 전세로 들어간 박모씨.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8000만원 인상된 2억6000만원을 재계약 전세금으로 요구받았다. 시프트 보증금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었다. 인상액을 감당하지 못한 그는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로 이사했다.
인근 '아이파크공인'의 유영우 대표는 "오른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한 일반 세입자들은 연초 인천 검단이나 일산신도시, 성산동의 다세대주택·빌라 등으로 이사했다"며 "시프트 거주자들은 큰 혜택을 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프트, 주변 전세금의 반값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금이 2년 가까이 오르면서 SH공사가 공급하는 시프트가 '로또'가 됐다. SH공사는 '서민 주거 안정'을 명목으로 시프트 보증금을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로 책정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보증금이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곳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59㎡(17.8평)형의 경우 일반 아파트 전세금은 최근 1년 사이 7000만원 이상 올라 5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이 아파트 시프트 보증금은 2억2300만원으로 시세의 40% 수준이다. 매매가격(9억5000만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강남구 신사동의 '래미안 신사' 84㎡형의 시프트 보증금(2억3400만원)도 시세(4억5000만~4억7000만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은평뉴타운이나 강서구 방화동도 84㎡형 시프트 보증금은 1억2700만원으로 일반 아파트보다 1억원 정도 저렴하다.
▲ 일반 아파트 전세금과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보증금이 두 배 이상 벌어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단지인‘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이지만 최근 1년 사이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프트 보증금이 일반 전세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삼성건설 제공 ◆시프트 지을수록 적자 쌓여
집주인인 SH공사는 시프트를 지으면서 생긴 빚을 줄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SH공사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만5000가구의 시프트를 공급했다. 2014년까지 2만5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을 감안해도 시프트 한 가구당 2억원 이상(재건축 매입분 제외)의 건설비가 들어간다. 지으면 지을수록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2009년 말 현재 SH공사의 부채는 16조3000억원. 부채비율이 505%에 달한다.
작년 8월 부채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한 SH공사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적자 누적의 한 요인인 시프트의 올 상반기 재계약 보증금 인상 폭은 5% 내외로 제한할 방침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시프트 보증금을 2년에 10%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상현 SH공사 시프트팀장은 "주변 시세가 오르면서 시프트 보증금을 인상할 수 있는 요인도 커졌지만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에 따라 인상률을 5% 내외에서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3월과 5월에 재계약을 앞둔 시프트는 은평뉴타운, 동대문구 이문동 등 총 13개 단지 2138가구다. 이들 주택의 총보증금은 2754억원으로 보증금을 법이 규정한 10%까지 올릴 경우 SH공사는 임대료 137억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새로 건설되는 시프트 역시 SH공사는 주변 전세 시세의 60~70% 수준에서 시프트 보증금을 책정하고 있다. 기존 시프트와의 형평성 때문이다.
◆전문가들 "대형 시프트 공급 줄여야"
전문가들은 SH공사의 부채를 줄이면서 시프트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건설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 면적의 시프트 공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시프트는 대형 평형의 경우 억대 연봉자도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약하다"며 "대형 면적의 시프트 공급은 줄이고 중소형 시프트나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의 이영진 이사는 "시프트는 지을수록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프트 공급을 지속하기 위해선 SH공사의 다른 개발사업의 추진 시기를 조정하고 비주택 부문의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 시프트(SHift)
서울시와 SH공사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07년부터 공급하는 장기 임대주택. 주변 전세 시세 80% 이하의 보증금으로 2년마다 계약을 새로 한다.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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