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생명 위험하다" 포기… 日방위상 "무조건 감행" 명령
하늘에선 목숨 건 원전 물뿌리기 작전
사고 난 원전 상공에 방사선량 너무 많아 수차례 맴돌다 포기
구멍 너무 작은 4호기는 경시청 기동대 투입해… 오늘 물대포 쏘기로
16일 오후 3시 50분 일본 센다이 기지에서 육상자위대 대형 CH47 헬기 1기가 7.5t 무게의 빨간색 물폭탄을 달고 날아올랐다. 똑같은 헬기 2기가 뒤이어 날아오르기 위해 프로펠러를 차례로 돌리기 시작했다. 헬기가 향한 곳은 후쿠시마(福島)현 제1원자력발전소 제3호기. 폐연료봉을 담그고 있는 수조에 공중에서 물을 투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폐연료봉의 핵분열 활동 재개를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정말로 다급한 심정이 담겨 있었다.
▲ 일본 도쿄 시부야역 근처에서 15일 방사선 측정기로 잰 공기 중 방사선 측정치가 평소의 15배 수준인 0.6mSv(밀리시버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날 도쿄 도심 신주쿠의 방사선 측정치가 최고 0.8mSv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AP 연합뉴스 원자로에서 사용한 폐연료봉은 플루토늄239와 잔류 우라늄235 등 강력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격납고로 싸여 있는 원자로와는 달리 폐연료봉 보관 수조에는 뚜껑조차 없다. 더구나 이날 제1원전 부지 전체에는 방사선 누출량이 급상승, 너무 위험해 현장작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헬기는 몇 차례 원전 상공을 순회하다 약 2시간 만에 기수를 다시 센다이로 돌렸다. 상공에서 측정한 방사선 누출량이 200밀리시버트(mSv)로, 헬기 조종사에게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외벽은 전날 수소폭발 사고로 외벽이 이미 날아간 데다 이날 오전 8시 30분 화재가 다시 일어난 상태. 헬기로 물을 투하하기에는 오히려 외벽이 없는 게 도움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었다. 그러나 높은 방사선을 무릅쓰고 고도를 내리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물의 양이 너무 적다는 것도 작전 강행을 막았다. 자위대측은 "생명에 대한 보장이 없다. 너무나 위험한 임무"라고 했다. 하지만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은 "내일 아침 무조건 작전을 감행하라"고 자위대 통합막료장(참모총장 격)에게 명령했다. 목숨을 내놓으라는 얘기였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흰 연기가 솟아나오기 시작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3호기에 헬기를 이용해 물을 붓는 작업을 시작했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NHK TV가 보도했다. /NHK 전날 외벽에 8m×8m짜리 구멍 두 개가 뚫린 4호기에서는 더 힘든 작업이 벌어졌다. 지진 당시 운전 정지 상태였던 4호기에서는 사용후연료봉이 격납용기 바깥의 수조에 들어가 있었다. 외벽에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수조가 외부에 그대로 노출됐고 이 때문에 수조의 물이 말라버린 상태였다. 핵분열이 다시 일어난다면 방사성 물질이 사방으로 뿌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위대는 4호기에 대해서도 15일 구멍 두 개를 통해 헬기로 물폭탄을 투하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물폭탄을 투하하기에는 구멍이 너무 작다는 판단 때문에 포기했다.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이날 밤 경시청 기동대 투입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특수장비로 물을 쏘아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시시각각 결정이 변했다. 기동대는 16일 밤 4호기 부근에 경찰 물대포를 배치하고 17일 날이 밝는 대로 작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1·2호기에서는 높은 방사성 물질 누출 때문에 냉각수 주입 작업을 아예 하지 못했다. 원전 바깥에는 180여명의 소방 인력이 대기했으나 들어가지 못했다. 작업원들은 방사성 물질 누출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해수 주입 작업을 재개키로 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제1원전 전체에서 전쟁보다도 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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