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0대男, 십자가에 못 박혀 숨져
두 발·양손에 대못… 특정종교단체 연관 조사
경북 문경의 한 폐채석장에서 50대 남성이 십자가 모양의 나무에 못 박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일 오후 6시쯤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의 한 폐채석장에서 김모(58·경남 창원·택시기사)씨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져 있는 것을 양봉업자 주모(53)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 주씨는 "돌산 한 가운데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사람이 십자가에 못 박힌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하의 속옷만 입은 채 세로 180㎝, 가로 187㎝의 십자가에 두 발에는 대못이 박혀 있었고 양손에도 못이 박혀 있었다.
▲ 3일 경북 문경의 폐쇄된 채석장에서 십자가 처형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이 생활하던 천막에서 발견된 십자가 제작 관련 도면. /연합뉴스 경찰은 김씨의 양손은 전기 드릴 등의 공구로 구멍을 뚫은 뒤 십자가에 미리 박혀있던 못에 끼웠던 것으로 추정했다. 김씨 머리에는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할 때 썼던 것으로 알려진 가시 면류관을 썼고, 목은 끈으로 묶여 있었다. 오른쪽 옆구리에도 예수 처형 때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것과 비슷한 형태의 흉기에 찔린 상처가 있었다.
김씨의 발 밑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울, 십자가 제작 방법과 십자가에 매는 방법이 적힌 A4용지 3장이 발견됐다. 이 문서에는 '허리를 줄로 묶는다. 손에 구멍을 낸다. 팔꿈치를 십자가에 걸친다. 기둥에 목을 매단다' 등 십자가에 몸을 매다는 순서가 적혀 있었다.
김씨가 발견된 현장 주변에서 김씨가 머물던 텐트와 차량이 각각 발견됐다. 텐트에는 초코파이 20개와 물통, 십자가를 만들다가 남은 나무토막, 톱, 또 다른 십자가 제작 도면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목을 매 질식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숨진 김씨가 평소 종교에 심취해 있었고 김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에 부활절(4월 24일)이 있었던 만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끊었는지, 특정 종교단체가 연관돼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평소 동료들에게 '천국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했고, 최근 1년 전부터 종교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시신을 최초로 발견해 신고한 양봉업자 주씨는 이 인터넷 카페의 운영자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1995년 이혼한 뒤 부인과 딸(34)과 연락을 끊고 지냈고, 형·동생과는 가끔 전화통화만 할 뿐 혼자 지내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동생에게 "교회에 다녀왔냐"고 전화를 걸었던 게 마지막 행적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2. 십자가 죽음 미스테리…과연 이런 자살이 가능할까?
지난 1일 경북 문경에서 십자가에 달려 숨진 채 발견된 김모씨는 과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경찰은 5일 현재 ‘자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과연 그런 자살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김씨가 타인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그런 형태로 자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점을 짚어본다.
김씨는 발견 당시 예수의 십자가 처형과 유사하게 양손은 벌린 상태로 십자가의 가로 목에, 두 발은 십자가 아래쪽에 설치된 나무판을 디딘 채 각각 못 박혀 있었다. 또한 김씨의 목, 허리, 양 팔꿈치는 끈으로 십자가에 묶여 있었다.
경찰이 추정하는 자살 추정 시나리오를 김씨의 관점에서 재정리하면 이렇다.
1단계로 손의 구멍. 드릴로 우선 한 손에 못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뚫는다. 구멍이 뚫려 피가 흐르는 손으로 드릴을 잡고 나머지 손에 구멍을 낸다. 유혈이 낭자한 손에 가해진 고통은 제외하더라도 힘줄이 끊어진 손으로 드릴을 잡고 다른 손에 구멍을 내는 과정이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2단계는 발. 수직으로 세워진 십자가에 올라가 발에 못을 박는다. 이미 구멍 뚫린 손으로 수직으로 선 상태에서 허리를 구부려 균형을 잡아 자신의 손으로 두 번이나 발등에 못을 박았다는 것이다.
3단계는 목. 스스로 목을 십자가에 걸어 넣은 끈에 집어넣는다.
4단계는 십자가와 손. 한 손을 벌려 손의 구멍을 이미 박아 놓은 십자가 못에 맞춰 끼운다. 다른 한손으로 구멍에 끼운 손과 십자가를 끈으로 묶는다. 이제 남아 있는 다른 손을 어떻게 했느냐가 큰 의문을 부른다. 미리 십자가에 못을 박아놓고 손의 구멍에 끼워넣었다고 하더라도 이 손과 십자가를 끈으로 묶을 방법이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리 십자가에 적절한 매듭을 형성해 끈을 둘러놓았다가 그 끈에 손을 통과시킨 후 못에 손을 넣고나서 매듭을 당겨 묶이도록 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다.
끝으로 스스로 무릎을 구부려 목이 끈으로 질식되도록 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의 자살 시나리오는 끝난다.
이렇듯 죽은 김모씨가 자살하려면 혼자서 몸 곳곳의 뼈가 뚫린 고통을 참으며 아크로바틱 수준의 고난도 동작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연 이런 자살이 가능할까? 그래서 김씨가 자살했다는 주장에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용태 문경경찰서 수사과장은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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