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앞둔 4일 오전 11시 44분, 강화군 길상면 선두 4리에 있는 모 해병부대. 해병대 김모(19) 상병이 생활관(내무반)에서 돌연 K-2 소총을 꺼내 들어 난사(亂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승훈(25) 하사와 이승렬(20) 상병, 박치헌(21) 상병, 권승혁(20) 이병이 쓰러졌다.
이때 총소리를 듣고 생활관 입구 쪽으로 달려간 권혁(19) 이병은 김 상병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발포로 달아오른 총신(銃身)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이 상태로 권 이병은 김 상병을 내무반 밖으로 밀쳐냈고, 안에서 문을 잠갔다. 오른쪽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에 2발의 총알을 맞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목숨을 건 권 이병의 이 행동으로 당시 내무반에 있던 10여명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권 이병에게 저지당한 김 상병은 생활관 근처 격실로 갔다. 그는 이곳에서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기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상은 권 이병을 치료한 경기도 김포 뉴고려병원과 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재구성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오후 1시11분쯤 권 이병이 병원에 실려왔지만 의식은 그대로였다”면서 “그는 왼쪽 손바닥에 화상을 입었고,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에 총알 2발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X레이 촬영결과, 권 이병은 오른쪽 사타구니 쪽에 10cm가량의 상처가 났고, 왼쪽 팔목에 금속파편이 박혀 있었지만 뼈는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뉴고려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권 이병은 이후 헬기편으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권 이병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날 생활관에서 총격을 받고 쓰러진 이승훈 하사, 이승렬 상병, 박치헌 상병, 권승혁 이병 등 4명은 안타깝게 모두 목숨을 잃었다. 박 상병은 강화병원에서 응급처치 후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군 관계자는 “총기를 발사한 김 상병은 근무자 교대 시 총기보관소에서 소총과 실탄, 수류탄을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작년 7월 입대한 김 상병은 지난 5월 해병대 2사단 강화도 해안 소초로 전입해왔다. 일각에서는 총기 난사 범행을 저지르기까지의 두 달 사이에 김 상병이 가혹행위 등 모종의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 상병은 얼굴과 관절 등에 상처를 입고 응급처치를 받은 뒤 국군 대전병원으로 이송돼 격리치료와 함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송과정에서 심한 난동을 부려 진정제를 맞기도 한 그는 현재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은 해병대 정훈공보실장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해병대 사령부가 임시 사고조사반을 현지에 급파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른 시일 안에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와 국군 장병의 사기 진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군 장병에 의한 총기 난사사건은 2000년 이후 비교적 뜸했지만 1980년대와 90년대까지만 해도 종종 발생했다. 1996년에는 4건이 발생해 병사 4명이 숨지고 민간인 1명 등 20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해병대 총기 난사사건 사상자>
▲사망자
이승훈(25) 하사, 이승렬(20) 상병, 박치현(21) 상병, 권승혁(20) 이병
▲부상자
김모(19) 상병, 권 혁(19) 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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