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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년 만에 첫 한국계 성 김 주한 미대사 지명자

랑주아톰 2011. 8. 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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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년 만에 첫 한국계 성 김 주한 미대사 지명자

 

한 핏줄 ‘미국인’ 득일까 실일까

주한 미국대사에 성 김 미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51)가 공식 지명됐다. 그에 대한 상원 인준은 8월 의회 휴회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여 김 지명자는 8월 중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의 후임으로 한국에 부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주한 대사에 ‘한국계’ 인물을 지명하자 외교가는 몹시 고무된 표정이다. 김 지명자의 주한미대사 임명은 한·미 양국이 수교한 이후 12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계 주한 미대사 탄생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인 1.5세대 첫 주한 대사로 한미 양국간 새로운 가교역할을 하게 될 김 지명자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조명해봤다.

 

지난 2008년 6월 북한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주변국들의 우려를 자아냈던 영변 핵 시설을 자진 해체·폭파했다. 냉각탑이 해체되는 장면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각국의 방송을 통해 생생히 전달됐다. 북한 핵문제를 두고 그간 끈질긴 공방을 벌여오던 미국은 이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이때 유독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중년의 동양인이 있었다. 그는 그간 북핵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심심찮게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던 인물이었다.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북한의 초대형 이벤트를 막후에서 성사시킨 주인공이 바로 미국 국무부 소속으로 한국문제를 담당했던 성 김 당시 한국과장이었다. 그는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북·미 핵 대결의 한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찾아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 지명자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미국 고위 관료들 중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한국에서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인물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김 지명자는 2006년 미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발탁되어 북한 문제를 전담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이후 북핵관련 6자회담의 특사로 임명되고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외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미국의 대북 관련 전담자이자 핵심 인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김 지명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드물게 관료로 성공한 몇 안 되는 한국인이다. 1960년 서울에서 출생한 그는 어린 시절을 성북동에서 보냈다. 은석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 부친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중학교 1학년 때인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1980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그는 ‘미국시민’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이후 명문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김 지명자는 로욜라 로스쿨을 거쳐 로스앤젤리스카운티에서 검사로 재직하다가 외교관으로 전향했다.

 

모국인 한국과 업무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3년부터였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주한 미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리고 2006년 미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발탁된 그는 전시전작권 전환, 북한 핵문제, 한국 대통령 선거 등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며 입지를 굳혔다.

 

특히 김 지명자는 한반도 관련 분야에 있어서 미국 내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시시때때로 동향을 살피고 긴박한 상황을 예측해야 할 뿐 아니라 폭넓은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북한 문제를 전담하면서 그는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북핵 문제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주변국들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을 당시 국내외 언론에도 틈틈이 얼굴을 비침으로써 국내에서도 생소하지 않은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김 지명자는 이어 2008년 9월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쳐 대사에 임명되면서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 특사로 활동해 왔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국제적 감각, 정확한 업무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부시 전 대통령 시절부터 고속승진을 해온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도 거침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한국계 이민 1.5세대인 그를 주한 대사로 임명한 것만 봐도 그에 대한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 시민권 획득으로 미국인이 되긴 했지만 엄연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자국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해야 할 자리에 그를 앉힌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고 모험일 수 있다. 외교가는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과 관련, 미국이 김 지명자를 완전히 미국인으로 받아들인다기보다는 그의 능력에 큰 신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지명자는 오바마 정부 인사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성격은 온화하면서도 합리적이다. 또 겸손하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발언을 자제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는 등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그와 일을 해봤거나 교제해온 이들은 그의 업무능력뿐 아니라 정직하면서도 반듯한 인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그는 미국 내에서 입지를 굳히기 힘든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도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으며 많은 이들과 폭넓은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 주한 대사로 깜짝 임명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로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김 지명자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많이 의존해왔다. 또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데니스 맥도너 부보좌관, 다니엘 러셀 아태담당 선임보좌관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그를 퍼스트 네임인 ‘성’으로 부르며 친근감을 표현할 정도다. 국내 인사로는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오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성북동에서 함께 자란 정 전 수석은 1993년 LA에서 김 지명자가 결혼할 당시 함진아비를 맡기도 했다.

 

▲ 2008년 북한 측과 핵프로그램 신고 협의를 진행할 당시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남측으로 내려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재 국민들은 그의 부친이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에 연루된 의혹(상자기사 참조)을 받는 등 일련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민 1.5세대가 모국에 대사로 금의환향한다는 사실에 상당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주한 미대사는 국내문제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김 지명자가 한국 문화와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과 얽혀있거나 얽히게 될 문제를 풀어나가거나 어떤 사안에 대해 파악할 시 어느 정도 한국인의 정서를 감안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적으로 한미관계가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하에 유지되어 왔던 것을 잘 아는 국민들로서는 김 지명자에 대해 남다른 기대를 거는 것에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특히 현 정부의 한·미관계에 불만을 품어온 이들은 내년 대선 이후 새로운 한·미 관계 모색에 대한 갈망이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한·미 관계가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김 지명자는 양국 간 중요한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 셈이다. 실제로 김 지명자는 추후 까다로운 사안들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남북문제가 극도로 악화됨에 따라 북한 문제에 있어 미국은 중요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한반도전문가인 김 지명자는 북한 문제와 이를 의식한 한·미 동맹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명자는 평소 주변에 “2012년은 한반도에 한국 대선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어 격변의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한반도 전문가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에 직접 협상 등을 요구하고 나올 경우 한·미 양국 간 미묘한 갈등이 생길 것은 자명하다.

 

특히 고엽제 파동을 비롯해 미국과 직접 연관되는 민감하고도 예민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 김 지명자의 조정 역할은 중요하다. 국민들은 ‘뿌리’를 한국에 두고 있는 김 지명자가 역사의식을 갖고 활발한 소통을 통해 건전한 한·미관계를 형성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주일 대사관 근무를 거친 뒤 서울의 주한 대사관에서도 근무했던 그는 모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과 일본 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그는 ‘김성용’이라는 한국 이름이 기재된 명함을 갖고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김 지명자는 엄연히 미국의 국익과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오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한국인의 피를 갖고 있다 해도 그가 모국을 위해 힘을 쓰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더구나 40여 년간 미국식 생활방식과 사고에 젖어 살아온 그에게 ‘역사’와 ‘민족’에 대한 개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계 대사 지명이라는 큰 모험을 한 데는 또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같은 핏줄’인 김 지명자를 내세워 친미감정을 주입시킴으로써 거부감 없이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24일 성 김 특사 등의 지명 발표문을 통해 “헌신적이고 능력 있는 인물들이 정부에 참여하게 돼 큰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 한·미 간 국익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될 김 지명자라는 카드가 되레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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