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것

‘짜장면’도 이제 표준어

랑주아톰 2011. 9. 1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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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장면’ 뿐만 아니라 ‘짜장면’도 이제 표준어로 쓸 수 있게 됐다. 또 ‘먹거리’(현재 표준어 먹을거리)와 ‘복숭아뼈’(복사뼈)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같은 단어들도 새 표준어가 됐다.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은 이처럼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한 단어 39개를 표준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단어들은 이날부터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stdweb2.korean.go.kr)에 반영됐다.

 

국어원은 지난 22일 국어심의회 전체 회의를 열어 새 표준어 대상을 확정했다. 국어원이 이번에 새로 표준어로 인정한 항목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현재 표준어로 규정된 말 이외에 똑같은 뜻으로 많이 쓰여온 말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다. 예컨대 ‘간지럽히다’의 표준어는 ‘간질이다’였으나 둘 다 인정됐다. 그 외에도 ‘토란대’(고운대), ‘복숭아뼈’(복사뼈) 등 모두 11개 항목이다. 연구원은 “복수 표준어는 1988년 제정된 ‘표준어 규정’의 원칙을 따르는 것으로 이미 써오던 것과 추가로 인정된 것을 모두 교과서나 공문서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현재 표준어로 규정된 말과는 뜻이나 어감에 차이가 있어 이를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다. 가령 ‘눈꼬리’는 ‘눈초리’로 써야 했지만 두 말은 쓰임이 달라 ‘눈꼬리’를 별도 표준어로 인정했다. 마찬가지로 ‘나래’ ‘내음’ 같은 25개 단어들이 새 표준어로 추가됐다.

 

세번째, 표준어로 인정된 표기와 다른 표기 형태로 많이 쓰이고 있어 두 가지 표기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다. 그동안에는 ‘자장면’ ‘태껸’ ‘품세’만 표준어로 인정됐지만 이번에 ‘짜장면’ ‘택견’ ‘품새’도 표준어로 인정됐다.

 

국어원 관계자는 “1999년 국민 언어생활의 길잡이가 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발간한 이후 언어 생활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지만 표준어로는 인정되지 않은 단어들을 놓고 꾸준히 검토해왔다”며 “앞으로도 표준어에 대한 검토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원은 새 표준어로 인정할 수 있는 단어들을 선별해 지난해 2월 국어심의회(위원장 남기심)에 상정했으며 이 회의 결정에 따라 어문규범분과 전문소위원회를 구성, 각각의 항목에 대해 총 3회에 걸친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2. 짬뽕은 짬뽕인데, 짜장면은 왜

 

1986년 외래어 표기법 제정 국립국어원, 자장면으로 표기

작가 등 짜장면 되찾기 운동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편히 부를 수 있게 되는 데 25년이 걸렸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짜장면'은 거리낌없이 쓰였다. 문제의 발단은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생기면서 국립국어원이 '자장면'을 표준어로 삼은 것. 근거는 두 가지였다. 첫째, 한자말 '작장면'의 초성 'zh'는 중국어 표기 원칙에 따라 된소리를 피해 'ㅈ'으로 적는다. 둘째, 사전에도 통일돼 있지 않으므로 '짜장면'을 굳어진 외래어로 볼 수 없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은 반발을 샀다. '된소리 발음이 어려운 지역 위원들이 다수여서 그렇게 됐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문인들도 가세했다. 안도현은 중국집 배달원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어른 동화 '짜장면'에서 "어떤 글을 쓰더라도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표기하지는 않을 작정"이라고 썼다. 그는 "'짜'라는 된소리로 인해 우리 기억 속에 배어 있는 그 냄새가 훨씬 그윽하게, 더욱 자극적으로 코를 자극한다"고 했다. 이현의 동화 '짜장면 불어요!'에서도 배달원은 아르바이트 소년에게 "야 인마, 자장면이 뭐냐, 자장면이? 불어 터진 면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짬뽕은 짬뽕인데, 왜 짜장면만 자장면이라는 거야?"라고 따졌다. 네티즌들은 다음 카페에 '짜장면되찾기국민운동본부'까지 결성할 정도였다.

 

이날 국어원의 결정은 현실이 표기원칙을 누르고 25년 만에 '짜장면'을 복권시킨 것. 국어원 발표가 속보로 전해지면서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모두 '짜장면'이 화제였다. 트위터에는 "전 국민을 홍길동으로 만들었던 무리한 강요의 종식! 이제 짜장면을 맘놓고 불러도 되겠다" 등 환영의 단문과 함께 "기념으로 짜장면을 먹었다"는 글이 쏟아졌다.

 

'짜장면뎐-시대를 풍미한 검은 중독의 문화사'(웅진프로네시스)의 저자 양세욱 인제대 중국학부 교수는 "짜장면 표기 문제는 그간 국어원의 언어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까지 확대된 상태였다. 뒤늦게라도 언어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