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사회 기부한 80대 어머니를 한정치산자로 몰아 소송한 아들 완패
사업가로 성공한 뒤 수백억원대 재산을 잇달아 사회에 기부해왔던 80대 독지가의 맏아들이 법원에 "어머니가 재산 처분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시작된 모자(母子)간 소송이 10개월 만에 아들의 완패로 끝났다.
의정부 지법은 A(85)씨의 장남 B씨(58·의대 교수)가 어머니를 상대로 한정치산(限定治産) 선고를 해달라며 청구한 소송이 최근 원고측의 소 취하로 마무리됐다고 7일 밝혔다.
↑ [조선일보]일러스트=오어진 기자 polpm@chosun.com
고인이 된 유명 과학자의 부인이기도 한 A씨는 1950년대부터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고 슬하의 두 아들도 모두 대학교수로 키워 유산도 일부 물려줬다. A씨는 '평소 마음먹었던 일'이라며 최근 몇년 동안 사회복지 단체와 대학교 등에 거액을 기부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도 남몰래 지원하면서 '기부천사'로 존경받아 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B씨가 '어머니가 심신 박약 상태에 있어 재산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한정치산 선고를 법원에 청구하면서 기부 선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차남은 형과 달리 어머니의 뜻을 따르겠다며 A씨 편에 섰다.
갈등이 쌓인 어머니와 맏아들은 소송전을 벌였다.
B씨가 "어머니 재산 관리를 내가 맡겠다"며 재산처분을 법원에 요청해 받아들여지자 A씨는 즉시 항고했고 법원은 작년 11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A씨는 분노 때문에 한때 언어 곤란 증세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큰아들이 집 근처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달라"며 B씨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팽팽하던 한정치산 재판은 올 1월부터 어머니 쪽으로 기울었다. A씨가 서울의 병원에 23일간 입원해 정신 감정을 받은 결과 '치매가 아니고 정신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이 나온 것이다.
병원의 정신 감정결과는 한정치산을 선고해야 할 만큼 재산 소유자가 '심신 박약' 상태인지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다. 법원은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였다. 패색이 짙어지자 B씨는 지난달 소송을 취하했다.
A씨의 한 지인은 "어르신이 '남은 재산을 모두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평소 소신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안도하고 계신다"며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맏아들과도 언젠가 앙금을 풀고 화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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