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계보' 또 뺏긴 한국여자골프의 비애
줄리 잉스터에 이어 카리 웹이 반짝했고 그 바통을 아니카 소렌스탐이 이어받았다.
소렌스탐의 등장은 여자프로골프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숨에 세계를 평정하며 춘추전국시대의 종식을 꾀했던 주인공이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소렌스탐 왕국은 멕시코산 천재골퍼 로레나 오초아에 의해 점차 잠식당하더니 마침내 뒤집어졌다.
그렇게 또 오초아의 시대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위시한 세계여자골프계가 걸어온 지난 약 20년간의 흐름이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소렌스탐과 오초아가 각각 결혼 등을 이유로 골프계를 떠났고 그들이 남기고 간 여제계보를 누가 이을지에 관심이 쏟아졌다.
첫 스타트의 해가 바로 2011년이다. 드디어 한국여자골프계에 빛이 반짝 뜨는지 출발은 한국이 주도권을 쥐는 양상이었다.
소렌스탐 시대부터 박세리, 박지은, 김미현 등이 경쟁했지만 항상 인해전술로만 느껴졌을 뿐 확실한 하나를 배출하지 못해 뒤에서 아픔을 곱씹어야 했던 한국여자골프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여제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아냥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그 상한 자존심을 마침내 종식시킬 2011시즌이 힘차게 출발했다. 선두주자는 단연 신지애였다. 한국에서 지존으로 통하던 신지애는 세계를 무대로 지존의 등극을 눈앞에 뒀다.
신지애에 턱밑까지 추격당한 오초아가 서둘러 은퇴한 지난 2010년 11월1일에 첫 1위의 감격을 누렸다. 그리고는 2월14일까지 약 4개월간 정상을 지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는데 '대만의 박세리'로 통하는 청야니가 1년 사이 이렇게까지 무섭게 성장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15주 연속으로 이어오던 신지애 1위 체제가 청야니에 의해 허물어지기는 한순간이었다. 급기야 지난 6월13일을 기점으로 신지애는 4개월 만에 다시 4위로 미끄러졌다.
세계랭킹 포인트는 여제계보의 지표로 여겨진다. 이곳에서 청야니는 14.43점으로 2위권에 무려 3점 이상 앞서며 무서운 포스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메이저대회 우승횟수를 떠나 청야니가 굳혀가는 난공불락의 세계랭킹 독주체제를 과연 누가 저지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뚜렷한 답이 없다는 게 골프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자칫 청야니의 독주가 길어진다면 한국은 또 한 세대를 허송세월해야 할지 모른다.
한국여자골프계로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세계 1등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절호의 기회를 또 놓치는 꼴이다. 확실한 1등이 나오지 않는 이상 '벌떼집단, 머릿수로만 밀어붙이는 인해전술이라는 혹평에서 언제나 자유롭지는 못할 것 같아 더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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