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만들면 유통기한 무제한… 50~70% 세일 아이스크림값의 비밀]
대리점 - "1000원짜리 220원에 떼와 마트에 320~400원에 넘겨"
제조업체 - "동네수퍼 470~490원 납품, 그들이 더 싸게 미끼상품화"
제조사 영업사원·대리점의 성과급 출혈경쟁도 한몫
평소 아파트단지 앞 SSM(기업형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주부 이정숙(62)씨는 아이스크림을 살 때면 10분 정도 더 걷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발품을 팔면 좀 더 값이 싼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집 근처는 50% 할인인데 200m쯤 떨어진 마트에선 아이스크림을 70% 할인해서 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네 수퍼마켓에 가면 어김없이 '아이스크림 ○○% 할인'이라는 광고 문구를 볼 수 있다. 30~50% 할인이 대부분이지만, 70%까지 할인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 대형마트 아이스크림 코너는 '골라 담기' 행사가 많은데, 5개 이상 사면 50% 할인을 받기도 한다. 최대 70%에 이르는 높은 할인율이 1년 내내 적용되는 아이스크림 시장. 이런 가격구조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 원가는 220원 이하"
반값 아이스크림을 가능케 하는 첫째 요인은 제조원가가 싸기 때문이다. 한 아이스크림 대리점 점주는 "제조사가 처음부터 50% 할인을 해서 팔 생각으로 가격을 뻥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220원에 받아오는데 나도 마진이 있어야 하니까 큰 마트는 320원, 중형 마트엔 350~400원에 넘긴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쭈쭈바'라고 하는 빙과류는 설탕물에 색소를 넣은 것인데, 원가가 얼마나 하겠느냐"며 "얼마 전 관광지에서 1500원에 파는 것을 봤는데, 돈이 아까워서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 말했다.
▲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수퍼마켓 안에 아이스크림 전 품목을 50% 할인해 판매한다는 팻말이 서 있다. 아이스크림은 '제조업체→직영 영업소 또는 대리점→소매점→소비자'로 유통된다. 소매점마다 아이스크림 할인율이 다른 것은 제조사 영업소나 대리점 등 '중간 유통업자'로부터 납품받는 가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동네 마트는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300원대에 들여온다. 판매 실적이 좋을수록 빙과업체 영업사원과 협상을 통해 납품가를 더 낮출 수 있다. 50% 할인 행사를 해도 30% 정도 마진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영세한 구멍가게나 영업 실적이 미미한 '초보' 자영업자들은 훨씬 비싼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공급받는다. 올해 인천 부평구에 작은 수퍼마켓을 연 어느 자영업자는 "도매업자에게 빙과류를 500원에 들여와 800원에 파니까 손님들이 '미친×'이란 표정으로 가 버린다"고 하소연했다.
◆제조회사 "동네 수퍼마켓 스스로 이윤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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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제조회사는 동네 수퍼마켓이 스스로 이윤을 포기하고 반값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제조원가를 밝힐 수 없지만, 50%를 할인하면 이윤이 거의 없다. 동네 수퍼마켓이 대형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미끼 상품'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값싼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동네 수퍼마켓에 온 손님들이 다른 생필품도 사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매출에서 빠지는 이윤을 보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마트 이용객은 쇼핑을 마치고 집에 가는 동안 녹는 것을 꺼려 아이스크림을 잘 사지 않는다.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1000원짜리 제품은 동네 수퍼마켓에 470~490원에 납품되기 때문에 50% 할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대다수 동네 수퍼마켓은 아이스크림 하나에 10~30원을 남기고, 60~70% 할인 행사를 하는 점포는 밑지면서 장사를 하는 셈이다.
◆유통기한 없어 "재고 상품 판다" 소문만 무성
제조업체 영업사원이나 대리점들의 '출혈 경쟁'은 반값도 안 되는 아이스크림 유통에 한몫한다. 대리점들은 보통 아이스크림 회사에 '판매 목표치'를 약속하는데, 이를 채울 경우 일정액의 '장려금'을 받는다. 예를 들어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하면 매출액의 10%를 인센티브로 받는 식이다. 월말이나 분기 말에 대리점들이 목표액을 맞추려고 헐값으로 방출하는 아이스크림이 동네 슈퍼마켓에 깔리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영하 18도 이하로 보존·유통되기 때문에 변질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유통기한이 없다. 2009년 1월부터 포장지에 제조일자를 표시하는 것이 전부다. 유통기한이 없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유통 시장엔 "50% 넘게 할인해서 파는 것은 몇 년 묵은 재고 상품", "표면에 성에가 낀 것은 한 번 녹았다가 다시 언 제품"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인터넷엔 "아이스크림 포장지에 제조일자가 없다. 3년 전에 만든 것 아니냐"는 글도 올라온다.
제조회사는 "냉동 상태로 보관하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재고 상품이 유통될 리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퍼마켓 업주들 사이에선 "200원대에 받는 'B급' 아이스크림 구입처를 알려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대리점과 소매점들이 현찰로만 '무자료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 대폭 할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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