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것

출근 인사가 다들 '얼마 까먹었냐'

랑주아톰 2011. 8. 2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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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틀새 두 달 월급 날렸다" 허탈한 직장인들

 

"오늘 사무실 출근 인사가 다들 '얼마 까먹었냐'였어요. 출근해서, 점심 먹고, 퇴근할 때까지 온통 주식 얘기만 하면서 보냈어요."

 

 

코스피지수가 6일째 폭락한 9일, 신용카드 회사에 다니는 한모(28)씨는 "주식 투자를 하건, 하지 않건 모든 직원이 하루 종일 주식 시황 얘기를 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직장인들의 화제는 단연 폭락하는 증시였다.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지만, 금융투자협회 에 따르면 약 10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6개월간 최소 한 번 이상 거래가 있는 '활동 주식 계좌수'도 1852만9000개에 달한다.

 

폭락 직전에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팔지도 못하고 불안에 떨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2200선을 앞두고 사상 최고치 전망이 나오던 주가(코스피)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주식 투자자들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중소기업 부장 김모(41)씨는 "하락장 사흘째에 삼성전자 주식을 샀는데 벌써 10%가 빠졌다"며 "나를 따라 주식을 산 부서 직원들에게 미안해 죽겠다"고 말했다.

  

 

은행원 장모(42)씨는 "지난 3일부터 낸 여름 휴가를 망쳤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폭락하면서 휴가 내내 컴퓨터 앞에 꼼짝도 못하고 앉아 있었다고 했다. 그가 주식에 투자한 5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 정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장씨는 "주가가 1700선 밑으로 떨어질 때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면서 "이틀 새 두 달치 월급을 날렸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했다.

 

장씨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도 한국 주가가 이렇게까지 빠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정말 무슨 일이 나는게 아닌가 싶어 겁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30)씨는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해 붓고 있는 적립식 펀드 수익률을 확인하고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했다. 마이너스 20%. 최씨는 "내년 초에 결혼할 자금 1000만원을 펀드로 불려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까먹게 생겼으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별 수 없이 결혼은 더 뒤로 미루는 수 밖에 없겠다"고 했다.

   

주부 이모(32)씨는 난생 처음 미국발(發) 경제 뉴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편 몰래 7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폭락하면서 2000만원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남편 볼 면목이 없다"면서 "아줌마들 사이에서도 '설마 미국이 망하기까지야 하겠느냐'는 얘기가 돌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모아 주식에 투자했던 대학생들도 마찬가지 처지다. 대학생 윤모(27)씨는 "등록금이라도 마련해 보려고 아르바이트로 모았던 용돈 3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70만원이 사라졌다"며 "2학기 등록 기간이 다가오는데 어디서 돈을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반대의 모습도 보였다. 그동안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거나, 투자 금액이 적었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투자 타이밍이 온 것 아니냐"는 말이 돈다. 펀드에 550만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는 서울의 한 구청 직원 손모(31)씨는"100만원 정도 손해 보기는 했지만 수천만원씩 손해를 본 동료들에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주식 고수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이럴 때 투자해야 한다'고 하던데, 이번에 한 번 크게 투자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