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것

오세훈, 시장직 왜 걸었나

랑주아톰 2011. 8. 2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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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식물시장… 黨·지지층 끌어내기 '吳의 승부수'

[무상급식 주민투표 D-2] 오세훈, 시장직 왜 걸었나

이대론 안된다 - 현재론 투표율 20%대 예상, 시장직 사퇴 반대는 60% 신임투표 구도로 끌고가

한나라에 대한 압박 - 10월 시장 보궐선거 치르면 한나라 이긴다는 보장 없어, 시장직 내주면 총선 더 힘들어

식물시장 될 바에야 - 급식 문제로 시의회와 충돌, 서울시 각종사업 이미 중단… 지더라도 보수 아이콘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건 것은 한나라당을 압박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낸 든 것이다. 동시에 주민투표 이후 '보수의 대표주자'로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이중적 포석으로도 읽힌다.

 

①이대론 어렵다

 

오 시장이 승부수를 던진 가장 큰 이유는 "이대로 가면 주민투표 성패의 관건인 유효 투표율 33.3%를 채우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선 8월 초까지만 해도 자체 분석 결과 투표율이 18%에 그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지난 12일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의 무상급식 찬반 토론 등이 이어지면서 관심도가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이 추세로 가면 투표율이 20%대 중·후반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권 지지층마저 관심도가 떨어지는 현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지금껏 정책대결로 이끌어온 무상급식 투표를 오 시장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 구도로 끌고 가는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오 시장 사퇴를 반대하는 여론이 60%를 넘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퇴에 반대하는 층까지 투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시장직을 걸었다는 것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기자회견을 마치며 무릎을 꿇은 채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힌 뒤“복지 포퓰리즘과의 전쟁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②한나라당 압박용

 

오 시장의 승부수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서울지역 의원들을 겨냥한 압박 카드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한나라당 지도부와 만나 "야당이 조직적으로 투표 불참 운동을 하는 데 비해 한나라당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해 왔다. "서울지역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의 3분의 1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오 시장이 물러나면 10월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10월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내주면 서울 지역 총선은 더 어려워지고, 대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내가 물러나면 좋을 게 없으니 지금 나를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한나라당에 보낸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에서 의견을 달리하더라도 남은 사흘 동안 마음을 모아 총력전을 벌여 달라"고 했다. 한 측근 인사는 "잘못하면 같이 망하는데, 현역들이 조직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③'식물시장'되느니 깨끗이 던진다

 

오 시장 측은 "주민투표에서 지면 어차피 야당은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총공세를 취할 것"이라며 "현 서울시의회 의석 분포나 구청장 수로 볼 때 주민투표에서 진 오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실제로 오 시장이 무상급식 문제로 시의회와 충돌한 이후 서울시가 낸 조례안은 하나도 통과된 게 없고 각종 사업도 중단됐다는 것이다. 시장직을 유지한다고 해도 '식물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깨끗하게 시장직을 던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④'보수의 아이콘'으로

 

오 시장은 그동안 "이번 주민투표는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낙동강 전선'"이라고 말해 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특정 정책 사안이 아니라 원칙과 가치를 지켜내는 투표"라고 했다. 복지 포퓰리즘과의 전쟁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이어가야 할 원칙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서 지더라도 보수의 가치와 원칙을 지켜낸 대표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얼마 전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전사(戰士)로 자리매김한다면 그의 정치적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