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곽노현 2억 미스터리 … 공금 횡령? 개인 돈?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지원한 사실을 시인했지만 돈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자청해 기자회견을 열고도 2억원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함구해 공금을 횡령한 돈이 아니냐는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곽 교육감은 사건의 핵심인 돈의 출처나 전달 경로, 차용증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고 황급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오히려 미스터리만 부풀려 놓은 것이다. 의혹 중에서도 2억원을 어디에서 조달했는지가 초점이다. 현재로선 이 돈이 곽 교육감의 개인 돈인지, 서울시교육청 공금에서 횡령한 돈인지, 진보진영에서 지원받은 돈인지 알 수가 없다. 검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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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육감이 교육감 자격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연간 1억3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에게 준 2억원을 충당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돈이다.
개인 돈을 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조사에서처럼 박 교수에게 거금이 전달된 시점에 곽 교육감의 부인 정희정씨가 인출한 수천만원이 2억원 중 일부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곽 교육감의 자산이 주로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일시에 2억원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곽 교육감의 총재산은 서울 용산의 주상복합 아파트(약 11억원),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4억4000여만원) 등 총15억9815만원이다. 예금 자산으로 9억여원이 있지만 빚이 9억5000여만원으로 더 많다. 지난해 선거비용 35억2000여만원을 보전받기 전까지는 총 자산이 -6억8000여만원이었다. 검찰이 횡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돈을 준 사실을 서둘러 시인한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계좌추적과 관련자 소환 등 수사가 곽 교육감 자신을 향해 조여오자 이에 대한 압박감이 사실을 털어놓게 된 계기가 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결국 곽 교육감은 돈의 성격을 ‘대가성’이 아닌 ‘선의’라고 강조했지만 돈의 출처를 밝혀야 자신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2. “곽노현 측, 단일화 직전 박명기에게 돈 주기로 약속”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28일 박명기(53) 서울교대 교수에게 후보 단일화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선거와 무관하게 박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 선의(善意)로 2억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곽노현 교육감 취임준비위원회 관계자 A씨는 본지와 단독으로 만나 “단일화 과정에서 두 후보 관계자들이 만나 박 후보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돈을 주기로 합의했으나 곽 후보가 각서 써주기를 거부해 결렬됐다”며 “이후 양측의 구두약속을 거쳐 최종 단일화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조사에서 2억원의 대가성 여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후 4시30분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그러나 굳은 표정으로 회견문을 읽은 뒤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는 “박 교수와의 후보 단일화는 민주진보진영의 중재와 박 교수의 결단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며 “대가와 관련한 어떠한 얘기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교수가 교육감 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하면서 많은 빚을 져 궁박한 상태이며 자살마저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모른 척할 수 없어 2억원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후보 단일화 과정에 관여한 뒤 곽 교육감 취임준비위에 몸담았던 A씨에 따르면 두 후보는 지난해 5월 17일 단일화를 위해 회동했다. 당시 진보진영에서도 후보가 난립했으나 투표일 2주 전 막판 단일화에 합의했다. A씨는 “두 후보 관계자와 시민단체 중재 역할을 담당한 이모 목사 등이 모여 박 후보에게 돈을 지원한다는 단일화 조건을 확정했다”며 “박 후보 측이 각서를 요구하자 곽 후보가 거부해 결렬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후 18일 새벽까지 다시 협상이 진행됐고, 곽 후보 측이 구두약속을 해주는 선에서 정리돼 지난해 5월 19일 최종 단일화가 발표됐다”고 말했다. A씨는 “박 후보 캠프의 핵심이었던 Y씨와 곽 후보의 친구 L씨가 처남·매부지간이어서 그 관계를 통해 논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단일화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 등 시민사회 원로들이 중재한 것으로 발표됐다.
작년 곽노현·박명기 단일화 때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지원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5월 19일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합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곽노현 당시 서울시 교육감 후보(왼쪽 셋째)와 박명기 후보가 포옹하고 있다. 두사람의 왼쪽과 오른쪽은 배석한 청화 스님(참여연대 공동대표)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다.
그런데 단일화 이후 돈이 들어오지 않자 양측 인사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박 교수는 선거 차량 임대료와 인쇄비, 현수막 제작비 등으로 빚을 7억원 정도 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부 사채도 썼는데 독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육감 측이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자 박 후보는 지난해 11월 단일화 거래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A씨는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자 곽 교육감 측근들이 박 교수를 찾아와 달래 기자회견이 취소됐으며,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를 통해 올 2월 22일과 3월 15, 22일 세 차례 1억3000만원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과 친구인 강 교수가 박 교수 동생 처남과 처남댁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단일화 대가 논의가 없었고 선의로 지원한 것이라는 곽 교육감의 말과 전면 배치된다.
◆후보자 매수 및 이해유도죄=공직선거법 232조는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하거나 후보자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직을 제공(의사표시 및 약속 포함)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부행위제한=공직선거법 113조는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정당대표·후보자와 그 배우자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 등 또는 당해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 등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3. 곽노현과 취임준비위 관계자 A씨의 주장
▶ 곽노현 : “ 단일화는 민주진보 진영의 중재와 박명기 교수의 결단으로 정해졌고, 대가와 관련한 어떤 얘기도 없었다”
▶ A씨 : “지난해 5월 17일 박명기·곽노현 후보와 양측 관계자, 중재자 이모 목사가 모여 박 교수가 경제적 어려움 없도록 돈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이 각서요구하자 곽 후보가 거부해 결렬. 이후 추가 협상에서 곽 측의 돈 지원 구두 약속 듣고 단일화 발표했다”
▶ 곽노현 : “박 교수가 많은 빚 때문에 궁박한 상태에서 자살마저 생각한다고 해 선의로 2억원 지원”
▶ A씨 : “박 교수 7억원 빚에 시달려. 지난해 11월 기자회견 해 단일화 거래 밝히려 하자 곽측 관계자들이 접촉해 왔다”
▶ 곽노현 : “드러나게 지원하면 오해 있을 수 있어 선거와 무관한 가장 친한 친구 통해 전달했다”
▶ A씨 : “방송통신대 강경선 교수가 2월부터 세 차례 1억3000 만원 박 교수 동생의 처남과 처남댁 계좌로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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