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남의 사랑서약
2007년 8월 각료회의를 마친 사르코지 대통령이 옆구리에 끼고 있던 편지 한 통이 사진기자 망원렌즈에 잡혔다. '당신을 너무 오래 보지 못한 느낌이에요. 그리워요…. 백만 번의 키스.' 9월 하순 이 편지가 보도되자 엘리제궁은 "(대통령이 아니라) 영부인이 받은 편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프랑스어는 동사나 형용사에서 수신인 성별이 대번 드러난다. 엘리제궁은 3주 뒤 대통령 부부의 이혼을 공식 발표했다.
▶평양기생 동정춘(洞庭春)은 정을 나누다 한양으로 돌아간 이조좌랑 심수경(沈守慶)에게 편지를 썼다. '차라리 죽어서 함께 묻히길 원합니다. 저는 멀지 않아 선연동(嬋娟洞)으로 갈 것 같습니다.' 선연동은 기생전용 묘원이었다. 심수경은 '(나 또한) 마땅히 선연동 속의 혼이 되리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나 동정춘이 병으로 죽자 그는 '맹세를 저버려 부끄럽다'는 율시를 남겼다. 책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기생들'은 동정춘을 '풍류남아의 부질없는 약속을 믿은' 여인으로 그렸다.
▶1996년엔 로비스트 린다 김에게 전·현직 고관들이 보낸 부적절한 연서(戀書)로 시끄러웠다. "몇 번의 대화로 우리는 기적적인 해후처럼, 쌍무지개가 서는 것처럼 일어났던 것이오." "보고 싶은 린다에게…산타바바라 바닷가에서 아침을 함께한 추억을 음미하며…." 그러나 공연(空然)한 일이었다. 린다 김은 작년 5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평생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목숨을 걸 만한 애절한 사랑도 못 해봤다"고 했다.
▶요즘 신세대들은 '열녀 서약서'나 '고무신 서약서'를 만든다. 어떤 업체는 서약서 양식과 흰고무신을 포장해 팔기도 한다. '고무신(여자) ○○○는 씩씩하게 군복무에 임하고 있는 군화(남자) ○○○에게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기다릴 것을 약속한다.' 교회가 '연인서약서'를 권하기도 한다. 신앙 속에서 애정을 키워 가자는 내용이다.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에 말린 영사와 중국여성 덩신밍이 함께 썼다는 '해서는 안 될 일'이 어제 보도됐다. '짧은 스커트 입지 않기/ 다른 남자와 신체 접촉하지 않기/….' 다른 영사는 그녀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손가락 하나를 잘라 드리겠다'고 써 줬다. 한량들이 정표(情表)로 뽑아 준 이빨이 주머니 가득이었다는 제주기생 스토리도 아니고, 막장 드라마 속 '치정 각서'는 저리 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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