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세계 구학서 회장 부인 사망…
▲ 지난 92년 고려大 국제대학원 졸업식에서 부인 양명숙 여사(좌)와 신세계 구학서 회장(우)의 모습. /월간조선DB 신세계 구학서 회장의 부인 양명숙(63) 여사가 27일 오전 쏟아진 폭우로 물이 들어찬 주택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 자택에서 머물던 양 여사는 오전 9시쯤 온수가 나오지 않자 보일러를 살펴보기 위해 지하실로 갔으나, 지하실 문을 여는 순간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물이 쏟아지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계자는 "젊은 부부 내외가 다급한 목소리로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아 어머니가 지하실로 내려갔는데 사고를 당했다'며 112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양 여사의 시신은 서울 삼성의료원에 안치됐으며, 구 회장과 유족들은 부검 없이 곧바로 장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27일 오전 서초구 우면산에 산사태가 발생해 방배동 남부순환로가 토사와 부러진 나뭇가지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형촌마을은 이날 오전 쏟아진 집중 호우로 120세대 중 60세대가 흘러내린 토사 등에 갇혀 고립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고립된 주민에 대한 구조작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인근 저수지가 범람하고 토사가 쌓여 차량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형촌마을 외에도 우면산 일대에서는 이번 폭우로 모두 8개 지역이 산사태와 침수 피해를 입어 17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대피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중앙대책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5분쯤 우면산에서 폭 60m, 길이 120m 규모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무너진 토사가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을 덮쳐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매몰됐다. 소방당국은 현재 매몰자에 대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으나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우면산에서 밀물처럼 쏟아진 흙더미로 인해 전원마을 주택 20여채가 토사에 잠긴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은 형촌마을(A표시)과 전원마을(지도 좌측), EBS(지도 우측)모습 인터넷 포털 지도검색 캡처화면. /네이버 지도검색
흙더미는 우면산 터널 근처에도 쏟아졌다. 이날 오전 8시45분쯤 우면산 터널 요금소 출구에서 무너진 토사가 1개 차선을 막았다. 토사가 흘러내린 곳은 과천 방향 우면산 터널과 요금소 사이 약 50m 구간이다. 도로 대부분이 흙으로 뒤덮인 상태다. 현재 이곳에서 인명이나 차량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면산 산사태로 인해 EBS는 방송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EBS 관계자는 “오전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생방송 제작·송출 시설이 있는 우면동 방송센터 일부 스튜디오에 토사가 유입되고 가건물 형태의 세트실이 무너져 내렸다”며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기계실도 물에 잠기면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EBS FM 라디오는 생방송을 중단하고 음악 방송으로 비상 전환한 상태다.
또한 우면산 생태공원 안에 있는 저수지의 둑방이 붕괴됐지만, 미리 통행을 차단하고 주민들을 대피시켜 현재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초 래미안 아파트, 서초 구민회관, 관문사, 국립국악원 일대 등에도 토사 유출로 소방인원이 출동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마전선이 우면산에 걸리면서 특히 이 일대에 많은 비를 뿌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면산에는 뿌리가 짧은 아카시아 나무가 많아 흙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 [104년 만의 폭우] 대한민국 최대 번화가, 강남역 사거리 '흙탕물 시간당 86㎜에 속수무책 - 깔대기 모양의 저지대
역삼·논현동 하수 모여들어… 3년 전부터 하수관 확장 중
삼성 사옥도 당했다 - 호수 위의 섬처럼 고립
10분 출근길이 40분 걸려… "아예 헤엄쳐서 출근했다"
27일 폭우는 서울 강남역사거리를 순식간에 마비시켰다. 사거리 일대로 검붉은 흙탕물이 휘몰려 들면서 자동차들이 빗물에 둥둥 떠다녔고, 통신 기지국이 손상돼 이 일대에선 휴대전화도 불통됐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최고 번화가인 강남역사거리 일대의 도시기능이 통째로 마비된 순간이었다.
▲ (사진 위)이랬던 강남역 일대가… 27일 폭우가 내리기 전 서울 강남역사거리의 모습. (사진 아래)강남역 사거리 도로 위에서 "SOS"… 27일 오전 출근길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역 진흥아파트 사거리가 침수된 가운데 조난당한 시민이 차량 지붕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박혜지씨 제공·연합뉴스 이날 오전 7시쯤 무섭게 내리치던 빗줄기가 만든 '물폭탄'이 강남역 일대를 완전히 삼켰다. 강남역이 위치한 강남역사거리와 이 사거리 서쪽 진흥아파트 사거리 일대가 순식간에 작은 호수가 됐다. 강남역사거리에 위치한 삼성 사옥도 호수 위에 뜬 작은 섬처럼 변했다. 진흥아파트 사거리에 있던 한 자동차가 쏟아진 빗물에 포위되면서 차량에 탑승했던 여성과 남성이 유리창을 통해 탈출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여성은 차 안으로 거세게 휘몰아쳐 들어오는 물살을 피해 필사적으로 자동차 지붕 위로 올라갔다. 함께 '탈출'한 남성과 인근에 있던 시민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여성의 모습은 이날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유포되면서 수백만명이 보게 됐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도 폭우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삼성 직원들은 "아예 헤엄쳐서 출근했다"고들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출근한 삼성전자 김모(43) 과장은 택시가 양재역 인근에서 꼼짝을 하지 않는 바람에 양재역에서부터 걸어 출근했다. 흙탕물이 무릎 높이까지 올라와 보행을 방해하는 바람에 평소 10여분이면 되는 길이 40분이나 걸렸다. 이날 출근시간대에 삼성 사옥의 지하주차장 출입이 통제되면서, 대부분의 임직원이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린 채 신발을 벗어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강남역사거리가 물속에 빠진 이유는 우선 주변에 비해 고도가 낮기 때문이다. 강남역을 중심으로 한 강남역사거리 일대는 우측에 있는 역삼역 부근과 북쪽의 논현역 일대, 서쪽의 서초·교대역 일대에 비해 낮은 지역이다. 마치 깔때기 모양으로 돼 있어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사방을 둘러싼 고지대에서 내려온 빗물이 몰려드는 것이다. 서초구청 치수팀 관계자는 "지대가 낮은 강남대로에 역삼동과 논현동의 하수가 모이도록 설계돼 있다"며 "기록적인 폭우에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초구는 2008년부터 오는 8월까지 강남역 일대에 대형 하수박스를 설치하는 등 폭우 대비 시설을 대폭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워낙 많은 비가 왔기 때문이다. 이날 강남역사거리 일대가 속한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는 시간당 최고 86㎜와 72㎜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통상 집중호우는 시간당 30㎜가 넘는 비가 내리는 경우를 말하는데, 집중호우가 내리면 하수가 역류하고 침수가 시작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강남역사거리 일대에는 침수가 시작되는 집중호우 기준을 3배 가깝게 넘어서는 엄청난 양의 물폭탄이 쏟아진 셈이다.
이날 오전 강남·서초구 일대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가 침수되면서 이 일대 2만가구에 정전피해도 발생했다. 강남역사거리 인근의 은행 지점 10여곳도 정전으로 인해 업무를 중단해, 지점을 찾은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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